언양록석(彦陽碌石)벼루 장인 思巖 유길훈 선생님
디지털 이전의 기록은 손으로 어디에 새기거나, 붓으로 쓴 글씨가 대부분인데 특히 조선 시대 선비들은 평생 글을 쓰고 익혀야 했습니다. 이들의 필수품은 요즘처럼 컴퓨터와 휴대폰이 아닌 문방사우일 것인데 그들에게 붓과 벼루는 친근하고 귀중한 소장품이었을겁니다. 문방사우란 지필묵연을 말하는데 그중에 붓, 벼루, 먹은 박물관에 백제와 신라 때의 유물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습니다.
붓은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하고 처음에는 나뭇가지의 끝을 짓이겨 털처럼 부드럽게 만들어 쓰다가 나중에는 짐승의 부드러운 털을 묶어 만들고 붓대는 반듯하고 가벼운 대나무를 쓰고 있습니다.
벼루와 먹은 지금의 잉크라고 할 수 있는 먹물을 만들어 내는 도구로 벼루에 물을 부은 다음 먹을 갈면 먹물이 됩니다.
이 중에서 벼루는 보통 돌로 만드는데 때로는 옥, 수정 같은 보석이나 백자, 청자 같은 도자기로 만들기도 합니다. 용, 대나무, 연꽃, 소나무, 난초, 매화 등을 조각해서 예술적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 만든 벼루는 선비들의 훌륭한 장식품이 되었습니다.
제가 활(국궁)도 쏘지만, 붓글씨도 쓰는지라 평소에 좋은 벼루를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TV “생활의 달인”에도 벼루 달인에 출연하셨고 인터넷 검색에 바로 뜨고 집에서도 가까운 반구대 근처에 언양록석(彦陽碌石)벼루 장인 思巖 유길훈 선생님의 작품을 받아 사용하고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에 집사람과 같이 찾아뵙고 선생님께서 완성날짜를 2022년 2월 28일로 하고 벼루의 종류는 삼우연, 뚜껑이 있는 작품으로 제작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2월 마지막 날에 완성이 되었으니 찾아가라는 문자를 받고 연말에 이전하신 언양 다개마을 회관 근처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빨리 보려는 욕심에 황남빵이라도 사서 갈 걸 하는 후회는 도착하기 5분 전쯤에 생각이 나더군요.
일일이 벼루의 테두리에 새겨진 것들까지 설명해 주시고 한지에 감싸서 황금빛 보자기에 싸서 전달해 주셨습니다.
벼루의 뒷면의 좌측에는 제작자가 누군인지 蔚山無形文化財 第六號硯匠 彦陽碌石三友硯 壬寅二千二十二. 二. 思巖作 우측에는 厚堂李相昊所藏 壬寅二千二十二. 사용자가 누구인지와 제작연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뚜껑 문양을 입체 양각으로 제작함으로써 손잡이로서의 실용성과 장식미를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는 점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뚜껑의 손상없이 깨끗이 잘 사용하고 家寶로 물려줘야겠습니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제6호인 유길훈 벼루장은 55년 동안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국내벼루제작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분으로, 평양에서 태어나셔서 6·25전쟁으로 가족과 함께 충북 증평에 정착하고 1967년 충북 진천 상산자석벼루 제작의 대가 김인수 선생 문하에 입문해 벼루를 만드는 길을 걷게 되었고, 청주 경주 등지에서 벼루 작업을 하며 벼룻돌을 찾아 전국을 누비다가 결국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 인근에 자리를 잡고 짙은 청록빛깔의 돌인 언양록석(彦陽碌石)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보존하는 책임감과 장인정신으로 벼루제작을 맥을 잇고는 계시지만 1990년대 이후 값싼 중국산 벼루의 대량 유입과 서예를 하는 소수의 사람이 붓이나 종이처럼 소모품으로 자주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구매하면 영구적인 벼루를 만드는 게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작품을 구매해주는 분들은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게 하여주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하시네요.
제작된 벼루와 함께 프린트해 주신 "언양록석(彦陽碌石) 벼루에 대하여"는 직접 마지막에 사인까지 해 두셨는데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각종 문헌에 따르면 한국 벼루 돌의 산지 30여 군데 중에 울산 언양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원사 발행 빛깔 있는 책『벼루』편)
실제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길의 옛 이름이 벼루길(硯路)이라고 400여 년 전 암벽에 새겨 놓은 것을 최근 판독하여 현재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습니다.(硯路改修記)
언양록석(彦陽碌石) 벼루의 특징
■ 벼루돌의 색깔은 청록색(쑥색)과 검붉은 색의 두 종류가 있는데 석질은 같으며 수성암에 속하고 이암(泥巖)이라고도 합니다.
■ 벼루돌의 입자가 고와 먹이 잘 갈리고 먹물이 탁하지 않아 써 놓은 글씨에 윤기가 납니다.
■ 갈아놓은 먹물은 벼루돌에 전혀 스며들지 않고 그대로 머금고 있습니다.
★ 찾아가시는 주소는 울산 울주 언양 반구대안길 299에서 올해 초에 이전하신 관계로 아직 벼루 작업도 하시면서 이사한 짐 정리를 하시는 중입니다.
언양록석(彦陽碌石) 벼루공방 벼루장 思巖 유길훈
▶ 울산 울주군 언양읍 새말길 44-12 (다개마을회관 근처로 이전하였습니다)
주차장도 넓고 이전보단 작업여건도 많이 개선된듯 보였습니다. 여건이 어렵지만 전통문화 계승 발전에 노력하시는 만큼 모든 분들이 좋은 벼루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투자적 관점에서도 한 번 방문해 보심도 좋을것으로 생각됩니다.
전화 : 010-4644-81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