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서 날이 새기도 전인 새벽 3시경에 바람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잠시 깼는데 창문을 열고보니 밖에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잠을 청해 5시 반경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6시경 죽서정(竹西亭)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좀 어둑어둑 합니다. 어제는 바람이 없고 평온했다는데 오늘 아침 출발전부터 승용차 앞으로 날아온 큰 박스를 치우고 출발했습니다.
하루종일 바람이 사그라들 기미가 없이 초속 15미터를 유지하는지라 1대 작대를 신청했습니다. 3대를 채우지 못해서 7시 10분이 넘어서 개사를 하였습니다. 1관에서 1순 쏘고 화살 치고 또 달아서 2관에서 활 내고 화살 치고, 연달아 3관에서 화살 내고 살 치고를 반복했습니다. 3대 이후로 작대 접수가 않되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3대까지 10중이 최고시수였는데 깔끔하게 2,3,3으로 8중에 끝을 보고 이 바람에 이 정도면 잘 한거다라는 위안을 삼고 활을 거두었습니다.
죽서정(竹西亭)에는 모두 4개의 과녁이 있습니다. 바람탓에 작은 댑싸리 화분이 바람에 막 나뒹굴고 고전에 설치해둔 천막이 뒤집혀 있길래 대회 시작전에 직접 과녁까지 가 보았는데 바람이 지점마다 각기 틀렸습니다. 죽서정 사우분의 말씀으로는 이런 경우가 1년에 한 두번 정도라고 하는데 하필 그날이 오늘입니다. 궁도협회 관계자가 오늘 신청자들이 어제 평온할 때 3팀이나 먼저 내고 갔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전국대회는 마지막날 비교전도 있고해서 웬만하면 전날 작대도 받아준다고 하셨습니다. 다음에는 참고로 해야겠습니다.
이곳 죽서루(竹西樓)는 삼척 성내동 오십천(五十川) 절벽위에 위치한 누각으로 보물 21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관동지역의 뛰어난 경관속에 자리 잡은 8곳의 누대들을 지칭하는데 관동팔경중의 죽서루는 그 으뜸이라 합니다. 가파른 절벽위에 우뚝 서 있으며 관동팔경중에 유일하게 바다가 아닌 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부 기둥이 주춧돌이 아닌 자연석 위에 가공없이 세워진 덤벙주초로 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면 전망좋은 위치에 비운의 고려 마지막왕인 공양왕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체 4개의 묘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이 공양왕, 2개는 왕자들, 마지막 소나무 그늘에 있는 것은 따르던 종이나 말의 무덤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합니다. 경기도 고양에도 공양왕의 무덤이 있는데 제 짧은 식견으로는 삼척에서 살해당하고 경기도 고양까지 가서 묘를 써야할 이유는 없는 듯 보이나 최초 삼척에 설치한 묘에서 조선왕조가 수급(首級
)
을 따로 확인차 그쪽으로 가져갔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용화와 궁촌간의 레일바이크 탑승장입니다. 이곳에 공양왕릉에 대해 해설하는 해설사 부스가 있습니다. 아마도 궁촌이 임금이 계신 곳이라 궁촌이라는 지명을 얻었으리라 생각해 보며 지난번 가 보았던 조선시대 영월 청룡포 단종유배지와 장릉이 생각이 났습니다.
용굴 촛대바위길을 걸어보고 싶어 찾아갔으나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은 휴무였습니다. 잠겨있는 문앞을 바라보며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용출온천인 덕구온천입니다. 울진 칠보정이 있는 흥부체육공원을 지나 쭉 올라가면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삼척에서 아침에 추위에 무진장 떨었던지라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며 삼척에서의 1박2일을 마무리하며 정리하였습니다. 다음에 삼척가는 길이 있으면 용굴촛대바우길은 꼭 가봐야겠습니다.
댓글